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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2023년형 투아렉

기사입력 2023.05.0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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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것

     

    3세대 투아렉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8년이다. 한국에는 2020년 데뷔했으니 슬슬 페이스리프트 얘기가 나올 만하다. 물론 폭스바겐 그룹도 투아렉의 페이스리프트를 준비 중이다.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Q7의 페이스리프트 버전과 함께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2023년형 투아렉을 만났다. 앞으로 1년 전후로 신모델이 나오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연식 변경 모델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연식 변경 모델 특성상 큰 변화는 없다. 빠르게 변해가는 자동차 트렌드 안에서 (해외기준)출시된지 5년 가까이 된 차가 지금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가 포인트다.
     



    기본적인 구성은 2021년형의 변화를 바탕에 둔다. 전면 그릴과 휠, 트렁크 등에 적용된 엠블럼이 2D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후면에 자리한 ‘TOUAREG’ 배지 폰트도 보다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로 바뀌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존재감 크고 다부진 인상을 보여준다. 브랜드 내 인기모델 티구안도 도로 위에서 시선을 집중시킬 정도의 힘은 없지만 투아렉에게는 흔히 말하는 ‘포스’가 느껴진다. 존재감이라고 할까?
     



    전면부에 크롬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용됐고, 굵은 직선이 차체 곳곳에 그려졌지만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도 재미있다.

    헤드램프 구성은 더 좋아졌다.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4.0 TDI 모델에만 적용됐던 고급 사양이다.
     



    실내도 2021년형을 바탕으로 한다.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스티어링휠이다. 디자인도 좋아졌고 터치 방식을 도입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했다. 물론 이 방식에 불편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다시 물리 버튼식으로 되돌릴 예정이긴 하다.

    이노비전 콕핏(Innovision Cockpit)이라 부르는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조합은 소비자들을 놀라게 한다. 15인치라는 숫자는 단순히 12.3인치 계기판보다 커진 것을 넘어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경험을 보여준다. 넓은 화면 덕분에 각종 터치 아이콘 크기도 시원스럽다. 동일한 애니메이션 효과라도 몰입감이 다르다. 차량 안에서 휴식을 취할 때 영화를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화면이 너무 크니 불편한 점도 있다. 운전하면서 조작하기 쉽지 않다는 것. 화면이 큰 만큼 오른손의 이동 범위가 넓고, 메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하는 기능을 어렵게 찾도록 만드는 폭스바겐의 인터페이스 디자인 덕분에 사용상 불편함은 더 커진다. 폭스바겐이 새로운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를 채용하면 좋겠다.
     



    앞좌석 시트는 디자인 측면에서 만족감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구성적으로는 뛰어나다. 다분히 독일차 다운 구성이랄까? 총 18방향으로 조작할 수 있어 운전자가 원하는 자세로 조율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선호하는 통풍 및 열선 기능도 지원하며, 국내 출시 초기 빠져 있던 마사지 기능도 추가됐다. 형식적으로 시트백이 들락날락 움직이는 것이 아닌 꾹꾹 눌러주려는 움직임이라 의외로 쓸 만하다.

    국내 대다수 소비자들이 좋아할 뒷좌석 구성도 다 갖췄다. 공간이 넓을 뿐 아니라 슬라이딩과 시트백 각도 조절도 된다. 뒷좌석을 위한 공조 시스템도 좌우 독립식이다. B-필러 송풍구까지 갖춰 고급화 된 느낌이 크다. 물론 윈도우 선셰이드까지 갖췄으면 더 좋았겠다.
     



    적재 공간도 충분하다. 짐을 싣기 편하게 차고를 낮춰주는 버튼도 있다. 시트 폴딩도 되는데, 타사 모델처럼 전동 방식으로 접히고 펼쳐지면 좋겠다.

    기능성도 만족스럽다. 3D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된 360도 전방위 카메라, 스티어링휠은 물론 변속기와 가감속 모두 제어해주는 자동주차 기능, 7가지 주행모드 등 프리미엄 SUV가 가진 거의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폭스바겐 모델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217 X 88 mm)를 사용해 시원스럽게 정보를 보여줬다는 점이 좋았다.

    구성적으로 업그레이드된 투아렉. 주행 성능의 경쟁력도 여전할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6기통 디젤 소리가 실내에 퍼진다. 그리 크지 않은 소리다. 확실히 4기통 디젤보다 부드럽고 듣기 좋은 소리다. 정숙성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봤다. 아이들 정숙성은 동일하게 39dBA로 측정됐다. 무게도 확인했다. 동일하게 2228kg을 유지했다.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와 마사지 시트까지 추가됐는데 1kg의 무게도 늘지 않았다니… 어떤 부분에서 무게를 덜었는지 궁금해진다.

    가솔린과 다른 디젤 SUV만의 묵직한 움직임이 나온다. 특유의 회전 질감과 무게감에 의한 감각인데, 가솔린 모델의 가벼운 느낌을 선호하지 않으면 투아렉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겠다.
     



    예나 지금이나 엔진은 3.0 디젤이다. 출력과 토크도 286마력, 61.2kgf·m로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배출가스 저감 성능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엔진에 EA897evo3라는 복잡하면서 멋져 보이는 이름을 가진다. 간단히 설명하면 엔진에서 생성된 배출가스, 특히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1단계와 2단계를 거치는 후처리 기술이 추가된 것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 토크 컨버터 방식이다. 이 이상의 변속기가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완성도높은 ZF 제품이다. 변속충격 없이 부드럽게 작동하며 동력 전달감도 우수하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도 일정 수준 있는 편이다. 투아렉이 특별히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요즘 출시되는 신차 상당수가 대부분이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을 가볍게 설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묵직하게 부각되는 듯하다.
     



    승차감도 고급스럽다.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노면 충격을 실내로 부드럽게 전한다. 일반 스프링 방식 서스펜션에서 구현하기 힘든 에어 서스펜션 특유의 감각이다. 단,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까지는 아니다. 모든 충격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노면의 충격에 대한 반발력도 보인다. 포르쉐 카이엔과 유사한데 조금은 차이가 있다. 차량간 편차는 있지만 폭스바겐 그룹은 다양한 고급차를 보유한 덕에 에어 서스펜션 셋업을 잘한다.

    에코모드로 주행해 보자. 악명 높은 에코모드라고 할까? 골프나 티구안 같은 모델에서는 극한의 효율 추구 때문인지 운전자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투아렉은 다르다. 효율을 위해 엔진 반응과 빠른 가속을 제한시켰다고 해도 운전자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시내 주행 수준의 환경에서 추월 가속도 수월하다. 출력과 토크가 넉넉하니 에코모드에서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것이 배기량의 힘이자 다운 사이징 엔진에서 느끼기 힘든 편안한 주행감이다.
     



    장거리 이동을 위해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편하다. 고속 안정성은 물론 좋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피로감 축소, 안전한 운행을 돕는 것인데, 역시 대단한 경쟁력을 보인다.

    운전자 지원 시스템도 무난한데, 차간 거리와 차로 중앙 유지를 비롯해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 야간에는 매트릭스 LED를 통해 상대방에게 눈부심을 줄이며 전방 시야 확보도 한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의 ADAS 성능은 하위권이었는데, 지금은 중상위권 이상의 능력을 보인다.
     



    인상적인 연비도 경쟁력이다. 고저차가 있는 환경에서 16km/L 수준을 보였고 이보다 평탄한 도로를 달리면 18km/L까지 높아지는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3톤에 육박한 SUV가 말이다. 아무리 가솔린과 전기모터 조합이 추세지만 제대로 된 디젤엔진이 보여주는 막강한 연비는 현 시점에서도 경쟁력 있다. 소형~중형급 세단에서는 다운사이징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중량급에서는 토크 기반의 디젤 엔진이 여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 가끔 디젤 엔진에 대한 규제를 얘기하는 소비자도 있는데, 현 스펙으로 최소 10년까지 무난하게 운영할 수 있다.
     



    가속 성능도 보자. 차체 무게가 있고 디젤엔진 특성상 회전영역이 낮은만큼 체감적으로 강력하다고 느낄 수준은 아니다. 묵직하면서 안정적으로 가속하는데 속도계 바늘을 빠르게 올려가는 성격으로 보면 맞다.

    투아렉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97초를 기록했다. 앞서 우리 팀이 2020년 측정했던 기록은 6.17초. 플랫폼을 공유하는 카이엔 2.9리터 가솔린이 5.83초, Q5 45 TFSI가 6.04초, Q8 45 TDI가 7.01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제동 성능 테스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테스트 당시 (겨울)노면에 제설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통상 염화칼슘이 많은 노면은 일반 노면 대비 마찰력이 떨어져 코너링, 제동 때 원만한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2020년 투아렉 테스트 당시엔 겨울용 타이어가 장착돼 제동성능을 제대로 테스트할 수 없었는데… 어째 투아랙을 만날 때면 이런 일이 생긴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감은 좋았다. 페달을 밟을 때 기계적인 감각을 잘 확보하는 한편, 밟는 만큼 제동 성능이 나와 운전자가 제동 거리를 예측하기 쉽다. 제동력이 초반 또는 후반에 몰려 있으면 운전자가 브레이크 조작을 신경 써야 하지만 투아렉은 그런 과정 없이 운전자가 생각하고 조작하면 그만이다.
     



    주행 밸런스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역시’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부드럽지만 차체를 잘 잡아주는 서스펜션, 폭스바겐 특유의 정직하며 안정적인 핸들링, 큰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코너링 성능도 좋아 기본기 측면에서 나무랄 부분이 없다. 그룹사에 있는 고급 차들의 느낌이 소소하게 묻어난다고 할까? 각 제조사 연구원들을 만나 물어보면 폭스바겐의 셋업을 가장 이상적이라 말하는데, 주행을 해보면 그들이 무엇을 탐내는지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된다.
     



    에어 서스펜션은 컴포트에서는 부드럽게 스포츠 모드에서 확실히 단단하게 성격을 바꾼다. 스포츠 모드에서 단단해 지긴 하는데, 이 때 느껴지는 안정감, 강성감도 좋다. 에어 서스펜션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에어 서스펜션임에도 각 설정에 맞춰 이상적인 주행감을 보여준다고 보면 맞다. 빠른 코너링에서의 바디롤 억제 능력도 수준급.

    지상고 조절 기능도 제공돼 기본 높이에서 최저 40mm, 최고 70mm까지 높낮이를 바꿀 수 있다. 차량에 걸리는 무게에 따라 지상고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셀프 레벨링 기능도 제공된다.

    장점만 있냐고? 물론 아니다. 제어 속도가 너무 느리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나 마세라티 르반떼처럼 순식간에 차량을 들고 내리는 수준을 생각하면 안된다. 오래 걸려도 30초 이내에서 지상고 조절을 마치면 좋겠는데, 투아렉은 최저 지상고에서 최고 지상고까지 올리는데 2분 가까이의 시간을 소요시켰다. 작동 중 공기압이 부족해 펌프를 돌려 공기를 불어넣고 다시 펌프를 가동시키면서 공기를 압축하는 과정을 반복했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탄력적인 에어서스펜션과 4륜구동 시스템, 여기에 7가지 주행모드 프로그램을 갖춰 오프로드 성능도 챙겼다. 후륜 축 디퍼렌셜 락 기능은 없지만 간단하게 다이얼을 돌려 다양한 주행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이번에도 좋았다.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Q7 & Q8, 심지어 벤틀리 벤테이가와 람보르기니 우르스의 모태가 되는 모델 아니던가? 프리미엄 브랜드나 럭셔리 브랜드와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최소 주행에서 느껴지는 가치 하나는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

    물론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 저렴한 모델도 8천만원 후반, 최상급 트림은 1억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대중(?) 브랜드만의 ‘특권’이 있다면 다른 경쟁모델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등급과 비교하면 1~2천만원 가량 저렴하다. 특히 벤츠 GLE는 4기통 디젤엔진이 탑재된 GLE300d 모델조차 1억원 이상을 요구한다.
     



    물론 누군가는 브랜드가 아쉽다라는 말을 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폭스바겐이 대중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 브랜드에서 이정도 SUV를 만들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폭스바겐이 유일하다. 내로라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대중 브랜드 상품이라는 것. 이것이 폭스바겐의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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